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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내용
    깜짝 놀랄 반전이 있는 그림책

    시계 알람에 잠을 깬 악어 씨는
    부지런히 출근 준비를 해요.
    말끔하게 차려입은 악어 씨가
    지하철을 타고 향하는 일터는 과연 어디일까요?
출판사 보도자료 전문소개  ( 출판사 보도자료는 이 그림책을 만든 목적을 전하는 귀한 자료입니다. 독자의 예리한 기준으로 꼼꼼히 읽어보시고, 체크하시길 바랍니다 )
악어 씨와 함께 파리의 아침을!
“따르르르릉!” 요란한 시계 알람 소리에 악어 씨는 단잠을 깹니다. 용변을 보고 세수를 한 악어 씨는 이것저것 넥타이를 골라 멋지게 차려입고 집을 나섭니다. ‘악어 씨는 어딘가 근사한 곳으로 가는 거 같은데?’ 싶어 두근두근 그를 쫓아가 봅니다.
악어 씨는 익숙한 걸음으로 분주한 파리의 아침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군요. 바삐 오가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무례한 자동차 바퀴의 오물에 옷을 적셔가며 지하철에 들어서요. 파도처럼 밀려드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간신히 도착한 역을 걸어 나와 예쁜 보라색 꽃 한 다발과 통닭 구이를 사네요. 길가 가게 주인과도 익숙하게 인사를 나눕니다. ‘흠, 악어 씨는 누군가 좋은 사람을 만나 여유롭게 식사를 할 것 같은데…’라는 기대감을 품고 다음 장면을 봅니다.
이른 아침, 공원으로 들어선 악어 씨는 매표소 직원에게 꽃을 선물한 뒤 새들이 놀라 날아오르는 뜰을 지나 소란스러운 원숭이 우리도 지나 한적한 목욕탕으로 들어가 옷을 벗는군요. 아이쿠, 악어 씨의 미팅 장소는 목욕탕인가 봐요. 그런데 마지막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군요.

현대인의 삶을 관통하는 우습고도 슬픈 진실
이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푸하하~!’ 즐거운 웃음을 터트리게 됩니다. 앞장면에서 가졌던 기대감과 달리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 펼쳐지기 때문이지요. 부지런히 출근한 곳이 어느 동물원이고, 그곳에서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기 위해 우리로 들어가 자리 잡는 악어 씨. 작가의 엉뚱한 상상력에 한순간 유쾌한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군요.
하지만 이 유쾌함도 잠시, 왠지 모를 씁쓸함이 우리 마음을 휩쓸고 지나갑니다.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우리는, 늘 똑같은 버스나 전철을 타고, 똑같은 길을 지나 학교나 일터로 향하지요. 그럴듯한 일을 하며 어깨를 으쓱할 법도 하지만 하루 종일 자유를 반납하고, 본래 자신의 모습을 잊은 듯 정신 없이 일(공부)하지요. 책의 맨 마지막 장면에서 멀리 날아가는 노란 새를 바라보는 원숭이의 뒷모습이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안정적인 울타리(회사, 학교)보다 더 절실한 것은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할 ‘자유’가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됩니다.
어쩌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는 악어 씨와 동물원 친구들의 모습이 우습고도 슬프게 다가옵니다. 파리의 골목과 길가, 지하철, 사람들, 공원을 담아낸 멋진 그림을 보며 잔뜩 부풀어올랐던 ‘폼 나는 삶’에 대한 기대감도 스르르 사그라들고 맙니다. 해학적인 깊이가 돋보이는 세련된 그림책입니다.
그림작가 정보
  • 마리아키아라 디 조르지오
  •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고 이탈리아유럽디자인학교(IED)와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ENSAD)에서 그림을 공부했습니다. 만화 작업은 물론 영화 배경 미술가로도 일했으며, 여러 출판사의 책에 그림 작업을 하고 있어요. 2015년과 2016년 ‘볼로냐 아동도서 박람회’와 제58회 ‘뉴욕 삽화가 전시회’에 작품이 전시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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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리뷰 / 독자리뷰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악어씨, 부디 행복하시길 [ 최정선 / 한국일보 20170928 ]
    별점 :
    작성자 : 그림책박물관
    2017-10-18
    조회수 : 1032

    미디어 : 한국일보

    원문 : http://hankookilbo.com/v/6174fe7a4b164b48bf89e4a1d2bb5092

    필자 : 최정선. 어린이책 기획자

    등록일 : 2017.09. 28

     

    동물원에서 태어나 18년 동안 동물원에서만 살다 죽은 호랑이 기사를 읽었다. 어미 대신 사람 손에 자랐기에 사육사 앞에서 뒹굴며 애교를 부렸고, 근친교배로 태어난 탓에 눈은 사시요, 걸음걸이도 편치 않던, 시베리아 근처에도 가 본 적 없는 시베리아호랑이가 번식기라 예민해진 동료에게 물려 죽었다. 우리 안으로 떨어진 세 살 아이를 데리고 있다가 사살당한 고릴라 이야기도 읽었다. 아이의 안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 비운의 고릴라를 추모하는 여론, 잠깐의 공백,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고릴라의 등장. 진부한 각본이다. 동물원은 종의 싸움에서 진 동물들의 포로수용소다.

    ‘악어 씨의 직업’을 읽는다. 눈에 띄게 긴 판형, 펼치면 가로세로 3:1 비례의 화면이 크고 작은 컷들로 오밀조밀하다. 글은 없다. 평범한 아파트 침실, 요란한 알람 소리에 악어씨가 잠을 깬다. 아침 7시. 통나무 베고 누워 유유자적 별빛을 즐기던 건 지난밤 꿈이다. 후다닥 몸을 일으켜 출근 준비를 한다. 변기에 앉아 끙끙대고,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고르고, 식탁에 앉아 뻑뻑한 빵에 잼을 바른다. 윗집도 아랫집도 옆집도 별다를 바 없는 일상, 도시의 아침이다.

    트위드 코트에 중절모를 챙겨 쓴 악어씨가 집을 나선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누는 어색한 인사, 차들이 빠르게 오가는 거리, 끝없이 늘어선 상점들, 제 갈 길 가느라 바쁜 이들, 흙탕물을 튀기며 지나가는 자동차, 지하철로 향하는 거대한 행렬, 곳곳에 붙은 요란스러운 광고판, 지옥철 소리가 절로 나오는 열차 안, 아침마다 마주치는 얼굴들…. 너무나도 익숙해서 꼭 내 이야기 같은 악어씨의 출근길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이 책의 반전은 악어씨의 일터가 동물원이라는 사실. 예상치 못한 일격이다. 악어씨는 탈의실에 옷을 벗어 걸어 두고 우리로 들어가 유리벽 너머 관객을 향해 포즈를 취한다. 몸을 길게 뻗고 이빨을 드러내고. 신문을 보다가 전화를 하다가 나무에 매달려 포즈를 취하는 원숭이들 옆에서. 발칙한 상상력에 한바탕 웃고 나니 마음이 복잡하다. 자신을 연기하는 게 직업이라니, 이게 우리 삶이라니. 결국 우린 모두 밥벌이를 위해 자신을 내놓고 광대놀음을 하고 있는 걸까.

    결 고운 그림에 만만치 않은 속내를 감춘 이 책을 덮으며 나는 엉뚱하게도 그런 생각을 했다. 진짜 악어에게도 선택권이 있다면, 동물원 악어 노릇이 정말로 직업이라면, 저들도 퇴근하고 집에 돌아가 저녁밥을 해 먹고 밀린 빨래를 하고 TV를 보면서 저마다 제멋대로 시시한 일상을 보낼 수 있다면, 그러면 좋겠다고.

    최정선 어린이책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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